매화산에 안기다

2007. 3. 21. 11:34산행

千佛의 梅花山에 안기다

 

○ 언제 : 2004년 11월 14일 (일요일)

○ 어디에 : 합천 매화산 (1010m)

○ 누구와 : 고등학교 산악회

○ 날씨 : 맑음

○ 코스와 산행시간 : 황산리 도자기마을(11:00)-<1.6k>-청량동매표소(11:40)-<0.4k>

    -청량사(12:00)-<2.0k>-남산제일봉(14:00~14:20)-<2.6k>-치인집단시설(16:00)

 

 

 

지도-한국의 산하에서

 

금강산 일만이천봉우리 천여개를 불상으로 옮겨 온듯한 매화산... 

팔만대장경의 해인사가 있는 가야산의 남쪽에 위치하여

가야산에 버금가는 다양한 산세를 지니고 있다.

동서로 길게 이어진 능선을 이루고 있는 기암들이 마치 매화꽃이 만개한 것과 같다하여

속가에서는 일명 매화산으로, 불가에서는 천개 불상이 능선을 뒤덮고 있는 모습과 같다하여 천불산으로 부르기도 한다.

 

  

매달 한번씩 총동창회 산악회에서 주관하는 산행이나 오늘은 비로 인하여 그 숫자가 많이 줄었다.

가을이 끝나 버린 지리는, 그래도 보고싶은 지리는 내일부터 12월 15일까지 한달 통제라는데

저리는 가슴은 꾸욱 눌러 놓고 매화산으로 향한다.

 

젊은 시절 그렇게나 지리산을 좋아하였다.

3년전 겨울 눈산행을 강행하다 무릅으로 고생하고 난 후부터 직장의 뜰에서 보이는 천왕봉을 멀리에서 바라만 보고 있었다.

1년전 친구 세사람과 수요일이면 직장 퇴근후 근처 월아산 국사봉을 열심히 다녔다.

그리고 반년이 지난 어느날 병원에서 무릎에 아무 이상없다는 말에 너무나 기뻐한 적이 있다.

무릎 주변의 근육이 강화 되었단다.

다시 지리열병은 가슴 저 밑바닥부터 퍼져가기 시작한다.

오늘 매화산의 가피를 얻어 부지런히 지리를 사랑하리라.

 

9시 30분 대진고속도로를 달려 함양에서 88고속도로 체인지하고 거창 가조를 지나칠 때는 비가 거치고 구름이 낮게 깔려 미인봉의 윗모습을 선명하게 보여준다.

누워있는 긴머리의 미인... 부끄러운지 구름으로 아름다운 굴곡은 감추고 있었다.

해인사 I/C를 빠져나와 해인사 방향으로 백운동계곡 입구를 지나쳐 도자기 공장이 있는 황산리에 닿는다.

 

포장도로 2km를 일행중 선두로 걸어 매표소를 지나 청량사앞에 도착한다.

보물253호 "석등" 보물265호 "석조석가여래좌상" 보물266호 "삼층석탑"이 있는 청량사에 들리고 싶었으나 일행들은 무에 그리 바쁜지 그냥 지나친다.

사진은 자료실에서 가져와 첨부한다

 

청량사 3층석탑과 석등

 

청량사에서 30여분 된비알을 오른다. 땀이 흐른다. 숨이 턱까지 차 오른다.

어차피 오늘산행은 내 안의 나를 정견하기 위함이 아니었던가.

비우면... 얼마만큼 비우면 내가 바로 보일까?

억겹의 시간속에 찰라같은 인생은 어디까지가 나의 인생이란 말인가.

우매한 중생의 머리속은 더욱 혼란스럽다.

오늘은 매화산이 나를 내치지 않고 안아주는 것 만으로 감사하는 마음을 갖는다.

어설프게 인생을 논하고 있는 사이 첫 번째 능선에 도착한다.

 

된비알은 계속되고...능선은 나무사이로 보이는데

 

오름길에서 쉬고 있는 일행들... 역시 산행에는 이 맛이!!

 

땀흘리고 마주하는 가야산

 

멀리 보이는 해인사에서는 바람소리,목탁소리가 매화산까지 은은하게 들리는것만 같다.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 성철스님이 떠오른다.

 

가야산과 해인사의 앙상블

 

가야산 국립공원 입구에서 해인사까지 이르는 4km의 홍류동 계곡은 가을 단풍이 너무 붉어서 물이 붉게 보인다고 홍류동계곡이라 한다.

홍류동계곡에는 최치원 선생이 갓과 신만 남겨놓고 신선이 되어 버렸다는 전설을 말해주는 농산정과 맞은편의 암각된 최치원 선생의 친필을 볼수 있어 더욱 유명하다.

 

능선 아래 숨어있는 홍류동계곡

 

홍류계곡의 가을(사진-한국의 산하)

 

능선에 오르니 온 산이 부처다. 무려 천여분의 부처님을 모셔 천불산이라 하였는가.

사방이 불상이다

 

바위 부처님이 곳곳에 계신다

 

위용이 넘치는 부처님도

 

천불의 실루엣

 

나뭇가지 너머에도 부처님이...

 

저만치 가고 있는 이 가을의 끝자락의 아쉬움은

일요일의 매화산을 등산객으로 북새통을 이룬다.

밀리고 정체되고...가파른 계단을 몇 번이고 오른다.

정상까지 예정시간을 1시간이나 넘긴다.

그러나 모두가 천불의 품안에서 기쁨으로 충만한 듯 하다.

조망 감상하고 자연을 숨쉬고 매화산의 부처님을 디카에 담느라

뒤에 오던 후미그룹과 합류한다.

 

남산제일봉이 시야에...(왼쪽 힘차게 솟은 봉우리)

 

정상에 올라 가야산을 바라본다. 가야지, 언젠가 가야지...

붐비는 남산제일봉을 뒤로하고 치인집단시설 방향으로 조금 내려와 안부에서 접심을 먹는다.

2시 반이 넘어 먹는 점심이다.

동동주가 시원하게 목을 축인다. 소주 맥주 밤으로 빚은 밤술, 풀어 놓은 반찬들... 포식이다.

3시가 넘기고 하산하는 2.6km의 길은 산책하는 기분이다.

길에는 가을이 이미 떠나 버렸다.

겨울엔 눈이 쌓이고 삭막한 바람이 불어 추위에 몸서리 치겠지.

그리고 따뜻한 봄 온 산은 매화꽃으로 만개하리라.

 

가을이 떠나는 길

 

3주전(10월 24일)의 가을길(사진-한국의 산하에서)

 

하산길에 있는 멋깔나는 식당

 

3주일 전의 그 자리(사진-한국의 산하에서)

 

담쟁이도 낙엽도 딩구는 돌맹이도 모두가 부처인 것을...

 

오늘 산행의 핵심 멤버들...

 

치인집단시설지구 주차장

 

산행 도착지에서 자리깔고 오뎅 끓이고 소주 곁들여 오늘산행 강평회를 가진다.

후배가 선배에게 권하고, 선배가 후배에게 멕이고 순배가 계속된다.

한잔이 두잔되고, 두잔이 세잔되고...그 소주가 사람 망가지게 한다.

진주로 가는 대절버스안에서 하염없이 나는 무너지고 있었다.

모두가 부처인 것을

잔속에 내려안는 소주 방울 방울마져도...

 

2004. 11. 15  진주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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