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뜨기능선을 걷다

2007. 4. 25. 09:43산행

 

 

 

달뜨기능선을 걷다

 

 

○ 언   제 : 2007년 4월 22일 (일요일)

○ 어디에 : 지리산 동남능선

○ 동   행 : 바람과 구름 그리고 진달래

○ 날   씨 : 비온후 구름낀 봄날씨

테   마 : 태극종주 답사산행

○ 코   스 : 밤머리재<05:10) - 웅석봉 옆 - 마근담봉 - 780m봉 - 마근담 -덕산(14:30)

○ 산행거리 : 도상거리 : 18km. 체감거리 : 25km

○ 산에 머문시간 : 9시간 20분

○ 산행방법 : 느림보 산행

 

 

<달뜨기능선의 전망바위에서>

 

지리 그리움이라는 치유불가에 가까운 지병은 토요일부터 몸살을 앓게 만든다.

인월에서 시작하여 서북능, 지리주능, 동부능선, 동남능선을 거쳐 덕산까지 

도상거리 90.5km의 지리 태극종주를 꿈꾸며

기회마다 코스답사를 하지만 그때마다 체력의 한계를 실감한다.

실현 가능성은 몰라도 태극종주라는 꿈은 가슴 부풀리게 만들고 나를 상승시킨다.

오늘은 밤머리재에서 출발하여 달뜨기능선을 걷는 동남능선에 도전한다.

 

<산행경로(녹색표기줄) - 편집>

 

4월 22일 일요일 새벽 1시

지리열정의 용암덩어리는 잠을 밀어내고 내안에서 커다랗게 꿈틀거린다.

배낭을 패킹하고 집을 나서는 시각은 1시 30분을 가르키고 있었다.

 

 

 

한 밤의 불빛이 많이 사그라든 진주시내를 가로지르는 애마의 차창에는

빗줄기가 내린다.

많은 비가 오지 않을거라는 일기예보를 위안 삼아 액스레다를 밟는다.

덕산 지나 대포마을 소나무 숲에서 에너지 충전으로 김밥 1줄을 넘긴다.

옛날 그 열정의 여름을 음미하며 야경을 음미한다. 소나무는 마냥 지켜보고 있다.

행여 넣어 보았던 쐬주 1병은 결국 배낭의 진종일 무게만 더하다가 되돌아 오고야 만다.

3시 밤머리재에 애마를 파킹을 한다.

여전히 비는 내린다.

차안에서 잠을 청한다.

 

 

<달뜨기능선의 등산로>

 

5시에 일어나 5시 10분에 험난하였던 산행은 기어코 시작된다.

다행히 비는 거쳐 있었다.

오름짓 하면서 뒤돌아본 지리산은 온통 희뿌였기만 하다.

 

 

<도토리봉과 동부능선>

 

수십마리의 새들은 잠에서 일어나 대 하모니를 만들어 세상을 깨우고

겨울을 넘긴 나무들은 기지개를 켜 연두색으로 채색하며

싸아한 맑은 공기는 폐부로 들어와 상쾌하게 만든다.

진달래와 히어리도 나를 기쁘게 한다.

땀이 흐른다.

짜릿한 카타르시스에 빠져든다.

 

<히어리>

 

<진달래와 히어리의 앙상블>

 

다운 받은 mp3속 국내외 200여명의 유명한 가수들은 내가 좋아하는 노래들만 들려주어

즐겁게 만든다.

나는 또, 크라이막스의 오르가슴을 느낀다.

행복하다.

 

 

<밤머리재에서 오르막이 끝날 무렵의 등산로>

 

<홍계의 아침풍경>

 

시선 오른쪽으로 두고 지리 천왕봉을 바라본다.

오늘 내내 그대 모습 구름으로 덮어

보여주지 않았어도 슬퍼하거나 미워 하지 않았다.

그대를 향한 그리움 만으로도 나는 행복 하였다.

 

 

<도토리봉과 동왕등재>

 

 

<왕재>

 

<진달래 - 진하고 달콤한 내(래)일을 위하여~~>

 

 

<생강나무>

 

<등로에서 산청방향의 절벽위 소나무>

 

2시간 남짓 밤머리재에서 꿈결같은 길을 걷는다.

전에 가보았다는 핑계로 웅석봉은 눈길만 주고 옆을 지난다.

 

 

<태극종주길에서 보이는 웅석봉>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없이

한점 꽃잎으로 스러져간

얼어 죽고, 굶어 죽고, 총 맞아 죽는다는

빨치산이란 이름의 어린 사내들은 

조개골 언저리 비밀 아지트에서

건너편 능선너머로

입술을 악 물고, 밤새 울어대는

소쩍새 소리에 넋을 놓은 채

떠오르는 처연한 달을 바라보며

두고 온 고향과 식구들을 그리워 하며

한과 설움이 담겨있는

달뜨기 능선!!

 

2년 전 두류봉 가는 길 치밭목 산장에서

하염없이 쳐다 보고 넑을 놓았던

그 달뜨기능선을

오늘 걷는다.

 

<웅석봉 가기 전에서 보이는 달뜨기 능선>

 

 <구름속의 달뜨기 능선>

 

 

<달뜨기능선 제일의 전망대>

 

전망대에서 한참을 지리 천왕봉 바라기를 한다.

수줍음인지 아니면

어제까지 근 열흘간을 거의 밤마다 만취가 되었던

내가 보기 싫음인지

천왕봉 그대는 구름으로 가려서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

 

<오늘 천왕봉>

 

무릅에서부터 신호가 온다.

고관절에 장딴지 까지도 이상타

50여년을 혹사시킨 댓가일까?

정녕 태극종주는 꿈만으로 끝나야 하는가.

그러나 절망은 금물이다.

쉬엄 쉬엄 걷는다.

 

<웅석봉, 채석장, 수양산 갈림길>

 

수양산과 채석장으로 나눠지는 길에서

오늘 처음이자 마지막인 산객을 만난다.

지리산 싸이트 지리99의 회원이며 진주의 유명한 산꾼 심ㅇㅇ님이다.

25kg 넘는 비박장비를 메고 다니는 50대 중반의 산꾼이다

마근담까지 함께 걷는다. 없어져 가던 힘이 솟는다.

이상하게 통증들이 싸악 가신다.

 

마근담에서 조금 내려와 벌목봉 가는 길이 헷갈려

길을 찾다가 심ㅇㅇ님은 백운산 방향으로 나는 수양산 방향으로

각자 헤어지고 만다.

그에게 진정한 산꾼의 체취가 묻어나고 있었다.

 

 <810m봉 가기 전에 만나는 이정표 : J3클럽 배방장님의 고마운 마음>

 

<왼쪽이 마근담봉, 오른쪽이 채석장 뒷산>

 

 

나는 계곡중에서 백운계곡을 좋아한다.

풍부한 수량에 곳곳이 비경이며 세월에 닳은 바위들이 멋있다.

여름에 알탕으로 그만이다.

시원한 폭포옆 텐트치고 쉴 천하명당 나의 별장도 잡아 놓았다.

수달래가 피는 그 때 꼭 찾으리라.

 

<백운계곡 상단부>

 

<터지는 신갈나무>

 

 

<반가운 시그널, 사랑합니다 기쁜인연>

 

 

벌목봉(743m)에서 내려서는 내리막 길이 두렵다.

다시 통증은 시작되고 있었다.

백운계곡 중간에서 안마근담 방향으로 가는 길에서 등로를 바꾼다.

고도없이 편한 길을 1시간이나 역방향으로 걷는다.

고사리 참취가 지천이다.

고사리 한줌을 꺽다가 이내 시들해 진다.

 

<마근담계곡>

 

마근담 계곡따라 난 시멘트길을 걷다가

산천재 조금 못미쳐 택시를 불러 밤머리재로 애마를 회수하려 간다.

9시간 넘게 걸었던 힘들었던 산행을 마친다.

몸은 피곤하나 마음은 새털이다.

택시를 타고 되돌아 오면서 오늘 걸었던 능선들을 바라본다.

밤머리재에서 또다시 달뜨기 능선을 바라본다.

 

<밤머리재>

 

 

<밤머리재에서 보이는 내가걸었던 능선길>

 

산위에 구름이 걷혀 있다.

덕산에 내려 와서야 내내 모여주지 않던 천왕봉은

의연하게 그곳에 있었다.

 

산천재 옆의 단골(?) 전통순대국밥집에서 맛있게 한그릇 비우고

진주 오는 길에 참숯찜질방에서 1시간을 찌진다.

희안하고 신기하게도 지끈거리던 통증들이 싸악 날아간다.

 

내일은 또 다른 내일의 태양이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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