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천계곡과 의신계곡

2011. 5. 9. 18:24산행

 

 

 

 

단천계곡

 

 

오월의 편지 / 소리새

 

 

지리열병이 드디어 재발하였다.

마음에 두어왔던 화개방향의 지리산행부터 제대로 시동이 걸린 것 같다.

5월 8일 밤 1시에 패킹하여 집을 나선다.

 

사천휴게소에 들러 야참으로 해물라면을 시켜 차에 있는 소주를 컵에 따라 한 잔을 야무지게 마신다.

음악을 켜고 차를 몰아 쌍계사를 지나 지리산 깊숙이 자리한 단천마을에 닿는다.

새벽 3시다.

차 안에서 새우잠을 잔다.

 

눈을 뜨니 6시가 넘었다.

지리산 아침공기는 언제나 청량하다.

단천마을회관 위로 50m 걷다가 오른쪽 소로로 빠져 산행을 시작한다.

 

 

단천 마을회관

 

 

어젯밤 잠이 부실한 탓인지 무릎이 약간 시큰하다. ㅠㅠ

동네를 벗어나니 길은 비단길이다.

5분 정도 걸으니 숲속의 조그만 암자에서 낭낭한 불경 읇는소리가 들린다.

소담스런 암자다. 허*산방이라는데 이름을 잃어 먹었다.

 

조그만 능선을 에둘러 걸으니 고개가 나타난다.

크다란 소나무 서너그루와 바위 쉼터가 있고 고개 너머 반천계곡에서 청아한 계곡물소리가 들린다.

거의 경사가 없는 비단 오솔길은 5월의 아침을 걷는 산객에게 주체할 수 없는 감흥을 내어준다.

좋다. 어~ 조오타. 어~~ 참, 조오타.

 

 

독경소리 낭낭한 허*산방(두 번째 글자를 이자삣다 ㅎㅎ)

 

 

 

고개쉼터

 

 

 

오솔길

 

 

단천계곡으로 내려섰다.

지리열병은 이 곳에서 화알짝 꽃을 피운다.

맑은 계곡물과 땟깔 좋은 바위, 연초록으로 채색한 지리의 수채화, 보고 싶었던 수달래가 나를 반긴다.

지리산의 봄이 내뿜는 강한 포스에 치닫는 카타르시스로 정신이 몽롱하다.

 

 

수달래

 

 

 

단천계곡

 

 

 

 

 

 

 

 

 

 

 

 

 

 

 

 

 

한 참을 선계에서 놀멍 쉴멍 하다가 산길을 간다.

나의 산행 스타일은 쉬고 싶은 곳에는 무한정 쉬고 간다.

지리산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연초록의 향연은 산길 내내 이어진다.

산새소리도 들리는 듯 하였다.

지리에 들었음에 감사해 한다.

 

 

 

 

 

 

합수점

 

 

 

 

 

용추폭포 갈림길에서 직진한다.

용추폭포 쪽은 외삼신봉 쇠통바위 방향이다.

오늘 산행계획은 단천계곡에서 삼신봉을 올라 남부능선을 걷다가 단천지능을 타고 원점회귀하는 산행이었다.

20분 정도 걸어 또 다른 갈림길에서 왼쪽을 올려다 보니 단천독바위가 보인다.

직진길은 단천지능으로 오를 것 같아 삼신봉 방향으로 우회전하여 계곡을 가로질러 희미한 길을 30분을 걷는다.

갑자기 길이 없어진다.ㅠㅠ

 

다른 길을 찾아내어 산죽길을 또 걸어본다.

계곡으로 떨어진 희미한 길은 고로쇠 작업으로 어질러진 흔적 뿐 아무 곳에도 길이 엄따... 고도 700m 정도였다.

거친 계곡을 치고 오르면 되련만 설친잠을 핑계삼아 과감히 되돌아 선다.

지리산이 받아줄 때 그때 다시 오리라.

마음 편하게 바꾸려 애를 썻다.

내 마음의 부처는 언제쯤 오시려나...

 

 

용추계곡 갈림길(오른쪽 용추계곡)

 

 

 

되돌아 선 지점의 계곡

 

 

 

고로쇠 작업의 잔해

 

 

아쉬움을 빨리 지우면 정신건강에 이롭다.

30분 되돌아 오는 동안 마음이 편해졌다.

아침 겸 점심 먹을 곳을 찾는다. 11시다.

수달래가 피어있고 아담한 폭포가 있으며 그 아래 잔잔하게 계곡물 흐르는 물가 옆으로 자리를 편다.

 

집사람이 만들어 준 양념 불고기 볶아 소주 한 잔 마신다.

캬~ 천하 일품이다.

거룩한 식사는 포만감으로 가득하다.

혹시나 산나물 만나면 함께 먹으려 막장을 준비하였으나 손도 대보지 못하였다.ㅎㅎ

넓다란 바위에 자리깔고 두 시간을 늘어지게 잔다.

 

 

식사하던 곳 바로 위에서 울려 퍼지는 지리산 봄의 오케스트라

 

 

 

 

 

 

 

 

 

 

 

언젠가 다시 오겠지 이 곳에...

 

 

 

하산길 풍경

 

 

계곡을 벗어나 단천마을 아랫길로 간다. 20여분 거리다.

역시 이 길도 아름답고 편한 길이다.

동네에 도착하여 배낭 내려놓고 한 참 마을을 탐닉한다.

아담하고 평화로운 지리산 깊숙한 마을이다.

 

 

다시 나타난 비단 오솔길

 

 

 

 날머리

 

 

 

목책 지나면 나타나는 단천마을

 

 

 

버스 회귀지점(하루 두 번 운행) - 아래 가드레일 옆으로 진입하여도 된다

 

 

 

마을 앞 조그만 유채밭

 

 

단천(檀川)마을은 화개장터에서 쌍계사를 지나 의신방향으로 가다가 신흥을 2km정도 지나 오른쪽으로 급경사를 타고 7분정도 차로 가면 있다.

남부능선 서쪽 고도 500m에 자리한 단천마을은 20여 가구, 주민을 다 합쳐 50명도 채 안되는 지리산 산마을이다.

6.26 한국전쟁 이전에는 농사 지은 것이나 산에서 나는 것들을 아침 일찍 지게에 지고 화개동천을 따라 옆으로 난 소롯길을 걸어 화개장터에서 물물교환하고

하루저녁 장터에서 자고 이튿날 집으로 돌아왔다고 한다.

작전도로가 생기고 이후부터 길이 좋아 졌다.

 

6.25전 후 지리산 빨치산들이 자주 동네에 내려와 곡식이고 짐승들을 빼았아 가기도 하였고

동네 남자들에게 뺏은 것들을 지게에 지고 따라가게 하였다 한다.

그러나 대부분 중도에서 도망을 쳣다고 한다.

그 후 빨치산 소개작전으로 군인들이 동네를 불태워 버리고 7년 동안 사람을 접근 못하게 하였다 한다.

여느 지리산 아래 동네가 그러하였듯이 단천마을도 6.25전쟁의 아픔을 피할 수는 없었다.

단천마을은 박달나무 단(檀)자를 써 "박달나드리"로 불린다. "박달나무가 많은 시냇가 마을"이란 뜻이다.

 

 

한적한 단천마을

 

 

 

신흥 - 의신 간 도로 오른쪽 마을입구에 세워진 표지석

 

 

단천마을에서 나와 옆동네 의신으로 간다.

의신마을은 인연이 깊은 동네다.

오래 전 애들 데리고 야영시키며 삼정까지 산책하였던 기억이 지금까지 뭍어나온다.

이 후 지리산 오르내리며 수없이 거쳐간 동네다.

지리열병은 의신쪽에서부터 다시 불이 붙는가 보다.

 

토끼봉 명선봉 형제봉 벽소령 덕평봉 칠선봉 영신봉을 오르는 베이스캠프(?)인 셈이다.

올해엔 이 곳들을 두루 섭렵하여 치유불가의 지리열병을 다스리고자 한다.

진주에서 이백리 거리다.

텐트치고 야영할 곳들과, 여의치 않을 때 민박할 곳들을 알아본다.

 

 

의신마을

 

 

 

계곡 옆 야영장

 

 

 

야영장과 이웃한 황토집

 

 

 

야영장 옆 의신계곡

 

 

 

야영장의 바위벤치

 

 

 

야영장 옆 머찐 곳

 

 

 

* 문의 하였던 펜션 *

 

선 유 산 방

 

 - 자연식품 · 흑염소 · 한방백숙 · 온돌황토방 -

 

김   율   만

경남 하동군 화개면 대성리 1383-7

전화 : 055-882-4488

휴폰 : 011-583-4488

 

지리산국립공원 지킴터 앞집

 

 

 

* 선유산방에서 소개받은 펜션 *

 

 

석 정 산 방

 

 - 메기매운탕 · 옻닭 · 백숙 · 재첩국 -

 

경남 하동군 화개면 대성리

전화 : 055-883-3979

휴폰 : 010-5128-5107

 

지리산역사관 윗집

 

 

 

 

 

지리산 역사관

 

 

 

빨치산 토벌루트

 

  

 

의신기점 등산안내도

 

 

 

지리산 역사관 앞 화단의 연산홍에 날아든 무심한 나비 한 마리

 

 

 

희미한능선 앞쪽 계곡에 단천마을이 있다.

 

 

 

으슬렁거리다 5시가 넘어 의신을 떠난다.

대성계곡 입구를 조금 지나서 길에 앉아있는 부부산객을 발견하고 그네들을 태운다.

역지사지라꼬 간혹 나도 그런 경우가 있는지라 차를 세우지 않아도 산꾼이라면 무조건 태워간다.

 

아침 네시 구례에서 버스로 성삼재를 올라 주등로를 걸어 벽소령에서 하산한 서울 사람들이다.

작년 8월 내가 걸었던 코스 그대로다. 시간도 비슷하다.

하개장터에 내려 주었다.

나도 잠시 화개장터 구경하고 녹차 두어가지 샀다.

 

 

화개장터 대장간

 

 

 

화개장터

 

 

밤잠 설치며 지리에 들었으나 예정된 산행은 하지 못하였다.

지리산에서 모든걸 내 뜻대로 하게된다 생각하면 아니 될 일이다.

겸손하여야 할 곳이 지리산이고 그 지리의 뜻을 겸허하게 받아드려야 한다.

또 다시 지리에서 새로운 깨달음을 얻어 기쁘다.

지리열병으로 나는 다시 또 지리를 찾으리라.

지리가 있어... 얼마나 행복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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