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4. 2. 13:19ㆍ산행
통 신 골
○ 언제 : 2011. 4. 1 ○ 날씨 : 맑고 쾌청 ○ 코스 : 중산리 - 유암폭포 - 통신골 - 통천문 위 - 천왕봉 - 로타리산장 - 순두류 - 중산리 ○ 산행거리(시간) : 약 11km(12시간)
지리산 가는 전날 밤은 잠을 설치기 일쑤다. 한시간 남짖 자다 깨다를 두 세 번... 5시에 집을 나서 김밥을 챙기고 6시 20분 중산리 지리산국립공원 지원탐방센터에 도착한다. 관리원이 보이지 않아 무료주차다. 4,000원이 남는다.
어둠이 걷힌 지리산길은 호젖하다. 잠을 설쳐 방전 직전의 컨디션은 지리산에 들자 빵빵하게 충전된다. 행복바이러스 지리산... 오늘 산행은 통신골이다.
봄은 왔는가 보다. 계곡 물소리는 겨울의 그 소리가 아니고 말랐던 나뭇가지에는 움이 트고 있다. 혼자 걷는 지리산길에 영혼이 자유롭다. 지리열병이 도진것이다.
숨은골(깊은골) 들머리
유암폭포
봄의 왈츠... 유암폭포 위
이른 시간이라 산객이 거의 없다. 장터목에서 자고 내려오는 두팀을 만났을 뿐이다. 여유롭게 통신골 들머리를 스며든다. 고도 1240m 이다.
통신골... 지리산이 속살을 드러내고 태고의 형체미를 간직한 곳이다. 남쪽방향의 통신골은 울창한 숲과 이끼낀 바위는 보기 어렵다. 통신골을 흐르는 물소리는 요란하지 않다. 크게 소리내지 않고 조용히 흐른다.
통신골은 도상거리 1700m를 고도 700m로 높여야 한다. 경사도가 대부분 40%이다. 계곡이 곧추서 경사도가 심하고 슬랩암반으로 이루어져서 비가 오는 날에는 매우 위험하다. 겨울철에는 보조장비가 있어야 한다.
갑자기 하늘에 헬기가 나타난다. 본능으로 바위곁에 기댄다. 머리 위를 두바퀴나 돈다. 산불 감시 때문일 것이다... 비탐방로 샛길을 다니는 나를 찾아내기 위한 비행은 아니겠지.
장당골에서 곰 키우는 공단직원 애들한테 걸려 과태료 낸적이 있다. 또 걸려서 내라면 고분 고분히 내어야지... 작년부터는 과태료를 내렸다나 어쨌다나.?
지리산 케이블카 설치 문제는 마음이 아프다. 지리산이 불쌍하여 아픈 것이 아니라 탁상행정 하는 그네들 아둔한 머리가 심히 걱정되기 때문이다. 그들이 과연 나 만큼도 더 지리산을 사랑할까?
고도 1330m 계곡 왼쪽으로 작은 통신골 들머리가 있다. 제석봉으로 오르는 골짜기다. 숙제를 만든다. 제석단을 둘러 장터목에서 향적대를 거쳐와야 겠다.
작은통신골 초입
통신골이 더 좋은 이유는 수석계에서 으뜸인 청아한 금속음 내는 검은 빛깔인 지리산 청석이 많기 때문이다. 통신골을 걷노라면 돌을 좋아 하였던 그 때가 떠오른다. 그래서 더욱 천천히 걷고 싶다.
봄이 찾아온 통신골은 겨우내 계곡을 덮고 있던 얼음이 녹아 내리고 있다. 추웠던 겨울이 따스한 햇살 받아 녹아 내리고 있었다. 웅장한 오케스트라와 함께 봄의 향연을 준비하고 있었다.
고도 1480m 통신골은 좌골과 우골로 나누어 진다. 좌골은 통천문 방향이고 우골은 천왕봉 방향이다. 2년 전 올랐던 좌골은 두고 우골을 오른다. 한 달이 지나면 연분홍 빛깔의 청초한 설앵초는 피겠지. 곰취도 있고 참당귀도 있겠지...
통신우골을 올라 너럭바위 위에서...
통신우골
일출봉
경사도 40%
홈통 계곡 통신골
여느 산행길이 그러하겠지만 앞만 보고 걸으면 온전히 그 산을 감상할 수 없다. 옆도 보고 뒤도 보면서 걸어야 제맛이다. 통신골은 전율이 흐른다.
계곡길 30m 벗어나 좋아하는 구상나무 아래 아늑한 곳 찾아 배낭내리고 오름길 내내 참았던 담배 한 개피 사른다. 7시간 만이네... 담뱃재는 바위 위에 털고, 문론 꽁초는 담배갑 안에 넣는다. 산에 오면 그렇게 한다.
고도 1700m 정도에서 계곡은 또 나뉜다. 오른쪽은 천왕봉 코앞 보수공사한 곳으로 오르고, 왼쪽은 통천문 위쪽으로 오른다. 껄끄러운 그 분들 위에서 만날까 봐 왼쪽으로 오른다.
쉬어 가던 곳
천왕남능
텐트 펼쳐 잠자고 싶어.. 점찍어둔 곳
주등로에 오르기 전 50m 나무그늘 아래서 점심을 먹는다. 라면에 김치, 김밥 두줄, 소주 1병, 커피 한 잔이 전부이고 혼자하는 점심이지만 스멀 스멀 행복 바이러스는 온 몸으로 퍼진다. 땀 찐하게 흘리고 지리산 구상나무 숲속에서 먹는 기막힌 이 맛을 그대는 아는가.
통신골 1.7km를 3시간이면 걷는데 6시간 반이나 걸렸다. 시간개념이 흐려진 탓이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 만나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을 때 그때가 진정한 행복이 아니겠는가.
날머리
통천문 위 주등로와 만난다. 사방으로 지리가 펼쳐진다. 가야할 곳들이 너무 많다. 그래서 가슴은 기쁨으로 미어 터진다.
날머리에서 내려다 본 풍경(장터목 가는 길과 통신골 초입이 보인다)
지리산 주등로 - 제석봉 연하봉, 멀리 반야봉이 보인다
오른쪽 일출봉능선과 촛대봉능선, 그리고 남부능선과 삼신봉
희미한 서북능선과 삼정산, 가운데 창암능선, 오른쪽 고사목 아래 칠선계곡
통신골
황금능선
중봉과 하봉, 그리고 초암능선과 두류능선
칠선계곡
평일 임에도 정상에는 제법 산님들이 있다. 그 곳을 지키는 공단의 그 분들도 두명이나 있다. 마지막 오름에서 왼쪽을 오르지 않고 오른쪽 보수공사한 곳으로 올랐다면 직통으로 만날 뻔 하였다. 3시 반이 되어 퇴근을 위함인지 그들이 내려간다.
공단직원 두명이 보인다
지리산 일월대
3시 반이 넘어 천왕봉을 떠난다. 내려가며 내내 천왕남능이 궁금하다. 언젠가 걷고 싶은 곳이다. 자꾸 눈길이 간다.
천왕샘에는 가늘게 감로수가 흐르고 있었다. 시원하게 한 잔 마신다. 이제부터 빠른걸음으로 하산한다. 다른 산객들을 추월한다.
천왕샘
개천문(개선문)
로타리 대피소
로타리 대피소 앞의 이정표
천왕봉에서 4.8km인 순두류를 1시간 40분 걸려 도착한다. 셔틀버스가 기다리고 있다. 동계에는 5시가 막차다. 다물학교 연수생들이 예약해 두어 버스는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로타리 대피소에서 나보다 먼저 떠난 그들이 40분 뒤에 나타난다.
12시간을 지리산에 머물렀다. 아직은 건각이라 지리산길을 걷을 수 있어 뿌듯하다. 진주 가는 길에 참숯찜질방에서 피로를 푼다. 몸과 마음이 가볍다.
행여 견딜만 하다면 제발 오지 마시라... 시인 이원규는 지리산을 그렇게 노래하였다. 진한 그리움으로 나는 견딜 수 없어 지리산에 온다. 그리고, 언제나... 지리를 꿈꾼다.
|
'산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고흥 팔영산, 외나로도 봉래산 (0) | 2011.04.16 |
---|---|
주작산 진달래 (0) | 2011.04.12 |
노루귀 산행(인성산, 거류산) (0) | 2011.03.13 |
덕유산 향적봉 (0) | 2011.02.15 |
설악산 천불동계곡 (0) | 2010.11.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