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11. 27. 00:08ㆍ여행
2010년 늦은 가을에... 서해안 여행
2010. 11.25 ~ 26
진주 - 곰소해변 - 변산반도 채석강 - 새만금 방조제 - 덕산스파캐슬 - 용현자연휴양림 - 서산마애산존불 - 수덕사 - 무렬왕릉 - 진주
가을의 끝자락은 나를 내버려 두지 않는다.
설악산 산행을 하고 동해안 여행을 하고, 2박 3일 일본여행을 한 것이 달포를 넘지 않았는데...
나는 나에게 갈증을 느낀다.
살아온 세월이 아쉬웠다면 다가올 시간들은 어떻게 나를 만들것인가...
향기로운 삶의 자아실현은 어떤 것이며 나는 어떤 색깔로 채워져 가게 되는 것일까?
마냥 떠나고 싶었다.
바람 부는 늦은 가을의 서해안은 차라리 행복이어라.
억겁의 세월은 변산반도에 신비스러운 채석강을 만들었고 나는 그 아래 조그만 점으로 서 있었다.
언젠가 한줌의 바람되어 나의 흔적은... 아주 조그만 우주가 되겠지.
파도는 평화로워 보였다.
변산반도 채석강
올해 4월에 개통된 세계 최장 33.9km의 새만금 방조제를 내달린다. 가슴이 뻥하니 뚫린다.
왼쪽은 파도치는 서해.. 오른쪽은 호수같은 잔잔한 바다.. 방조제는 끝이 보이지 않는다.
내 어릴적 우리나라는 한국전쟁 직후의 보잘것 없는 세계 최빈국이었다.
새만금을 달리며 한국인의 의지와 능력에 또 한 번 놀란다.
60년의 세월은 내 나라를 자랑스러운 선진국으로 만들엇고 내가 일조되어 있음에 뿌뜻하다.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도 2위를 달리고 있다.
근데, 엊그제 북한 애들의 연평도 포격은 웬 시츄에이션?
새만금 방조제
격포항에서 점심을 해물탕으로 먹으면서 주인아주머니의 넉스레로 시간이 지체되어
저녁 6시 덕산스파캐슬에 닿는다.
입장료가 48,000원이나 5시부터 나이트스파는 28,800원이다.
몇 년 전에 갔었던 에버랜드옆 캐리비안베이 보다 못한거 같다.
야간이라 춥고 어리둥절하다. 그러나 실내의 물속은 따뜻하였고 감미로웠다.
밤 8시 반 차를 몰아 서산 가야산 아래의 용현자연휴양림으로 간다.
덕산스파캐슬
일주일 전 예약하여둔 용현자연휴양림은 5년 전에 신축하여 여늬 휴양림보다 깨끗하였다.
열 평의 공간엔 침실 거실 화장실 베란다 주방기구 취사기구 TV.. 모자람 없이 구비되어 있었다.
야외테이블에서 불밝혀 차 한 잔 못한게 아쉽다.
내가 휴양림을 찾는 이유는 내가 좋아하는 산이 있고 나무와 계곡이 있고 깨끗한 공기와 하늘에 빛나는 별이 있기 때문이다.
쐬주 2병은 산 아래의 밤을 황홀하게 하였고 천리길 여행의 카타르시스를 아침까지 피어 오르게 하였다.
가을은 연한 갈색톤으로 채색되어 그 곳에 깊숙히 자리하고 있었다.
아침 먹기 전 4km의 산책은 폐부속으로 달콤한 공기를 밀어 넣었다.
아침식사는 몇 년 만의 성찬이었다.
용현자연휴양림에서 10분 거리인 서산시 운산면에 위치한 백제의 미소 서산 마애삼존불을 만난다.
온화한 미소를 보여 주는 바위에 새겨진 2.8m의 불상으로 국보 84호다. 백제 후기에 마느들어 졌다.
아침에는 밝고 평화로운 미소를 만날 수 있고, 저녁에는 은은하고 자비로운 미소를 만날 수 있다 하였다.
한참을 그 미소 아래에 있었다.
수덕사를 찾아 간다.
예산군 덕숭산 아래에 자리한 수덕사는 동 서 북쪽의 산들이 병풍을 만들고 그 가운데에서 따뜻한 햇살을 받고 있었다.
수덕사를 찾은 이유는 대웅전을 보기 위함이다.
고려시대에 만들어진 우리나라 최고 오래된 목조건물 700년 세월의 수덕사 대웅전.. 국보 49호다.
정면 3칸, 측면 4칸의 단층 맞배지붕의 주심포(柱心包) 집이다.
비워둠의 여백으로 법정스님은 향기로움으로 채울 수 있다 하였다.
어떤 것을 비우고 어떤 것으로 채워가야 하는가.
무소유는 어떤 것인가?
대웅전에서 바라보는 시야가 시원하다.
모든 것을 소유하고자 하는 사람은 어떤 것도 소유하지 않아야 한다.
모든 것이 되고자 하는 사람은 어떤 것도 되지 않아야 한다.
모든 것을 가지려면 어떤 것도 필요로 함 없이 그것을 가져야 한다.
버렸더라도 버렸다는 관념에서 조차 벗어나라.
선한 일을 했다고 해서 그 일에 묶여 있지 말라.
바람이 나뭇가지를 스치고 지나가듯 그렇게 지나가라.
세상은 우리의 필요를 위해서는 풍요롭지만 탐욕을 위해서는 궁핍한 곳이다.
자연은 우리가 필요한 만큼 공급하지만, 분수에 넘치는 탐욕 앞에서는 궁핍해진다.
어떤 물질의 더미 앞에서도 우리는 충만해질 수 없다.
마음이 안정되고 평화로워야 행복의 움이 튼다.
물질은 한때에 불과할 뿐 우리를 영원히 행복하게 해 줄 수는 없다.
행복은 조화로운 삶에 있다.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알맞은 상태, 자기 분수에 맞는 상태이다.
수덕사 대웅전
700년의 세월
우리에게는 그립고 아쉬운 삶의 여백이 필요하다.
무엇이든 가득 채우려고 하지 말라.
포만 상태는 곧 죽음이다.
우리는 너무 많은 것을 보고 듣고, 불필요한 말을 쏟아 내고 있다.
이것들은 우리 영혼에 공해와 같다.
이 생각 저 생각 온갖 근심을 미리 가불해서 쓰느라 밤잠을 못 이루고 있다.
그 결과 왜소하고 무기력해져서 인간으로서의 기상을 지니지 못하게 되었다.
이런 때일수록 본질적인 삶을 살아야 한다.
하찮은 생각을 제쳐 두고 삶의 본질에 눈을 돌려야 한다.
그래야 인간으로서 당당하게 살 수 있다.
소유의 의미와 진정한 부자 되는 법 / 법정스님
공주의 백제 무렬왕을 만난다.
백제가 부여로 가기 전 무렬왕은 웅진(공주)시대의 최전성기를 이루었던 백제왕이다.
1971년 어느날 공주 송산리의 고분군 배수로 작업중에 우연히 발견되었다는 무렬왕능...
왕과 왕비의 관의 잔해가 발견되었고, 지석, 석수, 왕관과 장신구들이 있었다.
일본을 네번 다녀 왔으나 그때 마다 백제는 일본에 녹아있었다.
고구려나 신라는 그러지 못하였는데 백제는 일본 그들에게 우상이었다.
백제 마지막 의자왕의 아리고 슬픈 잔영이 남아 있지만 무렬왕은 강렬하였다.
송산리 백제 고분군
진주 오는 길 휴게소에서 만난 마이산
여행은...
나를 만나기 위함이요 나를 찾기 위함이다.
향기로운 삶이 무엇인지 비움이 미학이 어떤 것인지 아직은 모른다.
60년의 세월은 나에게 말하여 주지 않았다.
자연을 좀더 많이 접하고 문화를 사랑하며 좋은 사람 만나 좋은 이야기 많이 들어야 겠다.
언제 한 줌의 바람될지 모른다.
더욱 나를 사랑하여야 겠다.
1박 2일의 서해안 여행은 그렇게 나에게 숙고의 시간을 주었다.
나는 또, 떠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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