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10. 1. 20:30ㆍ산행
2009년 9월 29일 10시 30분
추성리 광점동에 파킹하고 지리 동부능선 영랑대에 오르기 위하여 산길을 간다.
3년만에 이계곡의 길을 간다. 그때와 같이 오늘도 독립꾼이다.
공기가 맑다. 물도 맑다. 단풍으로 물들기 시작하는 이파리가 참 깨끗하다.
언제나 그러하지만 지리에 들면 한껏 기분이 좋다.
반시간을 걸어 어름터 외딴집에 도착하여 시원한 계곡에 손을 담근다.
※ 독립꾼 : 혼자 등산하는 산꾼
공단에서 세워두신 입산통제판 왼쪽으로 허골달골을 쉬엄 쉬엄 오른다.
오른쪽은 두류능선에서 어름터로 하산하는 날머리다.
앞으로 공단에서 강조하는 통제선들과 지리를 찾아야 하는 나와는 많은 충돌이 예감된다.
첫번째 합수부에서 뻔한 알바를 한다.
건너편 버들강아지 나무 주변에 길이 있었는데 못찾았기 때문이다.
혹시 하는 마음으로 계곡 오른쪽을 헤메다가 계곡 왼쪽으로 무조건 치고 올라 또렷한 길을 찾았다.ㅎㅎ
새봉과 청이당 갈림길 - 오른쪽 계곡을 계속 고집한다
지리산 동부능선에는 참나무가 많다.
굴참나무에서 떨어진 굴밤이 지천이다.
다람쥐 식량인데 밟고 지나기 미안하다.
올해엔 유난히 구황식품이 풍년이다.
산에 구황식품이 풍년이면 흉년이라 하는데 올해는 들판에도 풍년인것 같다.
굴밤(굴참나무 열매)
꽃향유
지리고들빼기 꽃
두류암터 뒤쪽 허골달골은 세석평원 못지 않는 넓은 평원이다.
계곡 주변으로 삶의 흔적들이 많이 보인다.
허공달골 위에 떠있는 보름달은 어떤 모습일까...
두류암터 부도
마지막 만나는 폭포
점심 먹던 곳
청이당 고개 - 아랫쪽 1분 거리에 계곡이 있다
고사목으로 막아 놓은 국골사거리에 도착하니 3시 반이 넘었다.
오늘 가고싶던 하봉옆 영랑대에는 시간적으로 무리일것 같다.
구름이 짙게 내려 앉은 하봉능선을 아쉬운 마음으로 걸어 본다.
내 사랑하는 그대, 상고대가 아름다울 그 때 꼭 다시 오리라.
지척에 영랑대를 두고 발걸음을 돌린다.
오늘이 어렵다면 그대 편하다 할 때 오리라.
국골사거리
다시 국골사거리로 돌아와 두류능선으로 길을 잡는다.
소나무가 굽어 길을 만들어 놓은 아름다운 1543봉을 오른다.
함양군에서 영룡봉이라 정상석을 세워 놓았다.
명확한 이름을 몰랐었는데 올해 4월 중앙지명위원에서 심의 결정하여 국토지리정보원에서 고시하였단다.
갈길 바빠도 한참을 봉우리에서 보낸다.
구름 덮어 상봉은 내내 보여주지 않아도 가슴은 카타르시스로 불타 올랐다.
바위틈새 곱게 물든 땅딸보 철쭉
잠깐 구름 거두는 제석봉(상봉은 보여주지 않았다)
정상석
밧줄을 타고 영룡봉을 내려와 향운대 방향으로 길을 잡는다.
이어질듯 끊어질듯 너들과 산죽을 30분 걸어 향운대에 닿는다.
달뜨기 능선이 아름답게 보였는데 구름으로 조망이 없다.
수직 절벽에서 떨어질것 같은 바위가 불안감을 조성한다.
혼자하는 오늘도 무섭기만 하다.
흔적
구름이 낀 5시가 다 된 9월 말에 향운대를 떠나 산길을 홀로 간다.
키가 넘는 산죽도 만나고 급한 내리막도 만난다.
걸음이 바쁘다.
땀으로 흔건하게 한시간을 쉬지않고 내려와 헤드랜턴을 켠다.
그러나
3년 전 걸었을 때 이길은 어름터까지 능선으로 알고 있는데
자꾸만 계곡쪽으로 가고 있는것이 아닌가...
돌아 가기엔 너무 내려와 있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선답자의 빨간리본이 있어 따라 간다.
너덜로 길은 자주 끊겼다가 희미하게 이어지고..
갑자기 200m 근방에서 "카오~캬~~ 까오~~" 엄청나게 큰 짐승소리에 깜짝 놀랜다.
느낌으로 멧돼지는 아닌것 같고 지금 생각하니 반달곰인것 같다.
그것도 새끼곰이 아니고 소리로 가늠할 때 큰넘이다.
랜턴을 소리나는 쪽으로 비추어 보고 스틱으로 소리를 내며 그넘보다 큰 소리로 응답하여 준다.
내 목소리가 그렇게 큰줄 그 때 알았다.
길을 잃고 계곡을 타기 시작한다.
집채만한 바위가 앞을 막고 어두운 계곡은 미끄럽기 그지 없다.
육감이 최대한 동원된다.
오른쪽 능선이 가야할 길임을 직감하고 쬐끄만 사태지역을 기어 오른다.
다행히 능선으로 가는 길을 찾았다. 휴~~~
계속 계곡을 타면 어름터 아래 합수부에서 만나는가 보다.
어름터 가기 전 고도 600m 근방에서 오른쪽으로 가야할 길을 왼쪽으로 가버린 것이였다.
오전에 올랐던 통제판이 보인다. 깜깜한 6시 39분이다.
역쉬 야간등산은 위험하다. 더우기 계곡은 밤에 타면 절대 안된다.ㅠㅠ
외딴집에서 20여분 걸어 광점동에서 산행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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